[수업연수 후 보고서]빛나지 않는 별

빛나지 않는 별

 다른 과목의 수업을 보는 것은 매번 흥미로운 일이다. 나와 전공이 다른 과목 속에서 각기 다른 성향을 가진 아이들이 보여주는 수업은 다채롭기 때문이다. 이번에 나에게 다양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줄 과목은 사회이다.

 다채로운 수업의 장면을 잘 보기 위해서는 참관자가 마치 학생인양 수업에 빠져들지 않고 수업의 장면 장면을 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배움의 욕구는 누구나 자연스럽게 생겨나듯, 다른 교과의 수업을 듣다 보면 어느새 학생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내용을 듣고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교사의 수업을 듣곤 한다. 특히 다른 교과의 수업을 참관할 때, 배움의 욕구를 참지를 못한다.

 그래서 이번엔 사전에 협의회를 가졌다. 수업을 구성하는 단계에서의 협의회를 통해 수업의 전반적 흐름을 이해하고, 수업 속 수업자의 의도를 미리 파악함으로써 내가 수업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얻고자 했다. 교과서의 흐름을 전반적으로 따라가면서 추가적으로 읽기자료와 그에 따른 열린 질문들을 포함한 학습지로 구성되어 있었다. 비록 사회를 전공하진 않아 협의회 속에서 나눈 나의 이야기들이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황당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분명 이런 이야기들이 아이들의 입장에는 좀 더 가까운 이야기일 거라 확신한다.

 수업의 주제는 ‘자유무역으로 인한 나라간의 경제 불평등의 심화, 그리고 그에 대한 해결책’이다. ‘각 나라별 1달러의 가치의 차이’로 수업을 도입하여 커피를 소재로 자경제불평등과 그 해결책에 대한 고민을 하도록 수업을 구성했다. 우리는 ‘아이들은 이런 의문을 갖지 않을까?’, ‘각 내용들 간의 연관성은 어떤가?’, ‘지문을 아이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읽기 자료가 너무 어렵지는 않을까?’, ‘이 질문은 좀 더 친절하게 세부적으로 나누면 어떨까?’ 등의 질문들을 나누며 서로의 의견을 교류했다. 비록 이런 내용들이 실제 수업에서 사용할 학습지에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수업에 대한 여러 사람의 생각들을 공유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수업은 시작종과 함께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 수업자의 유머로 아이들은 즐겁고 밝은 얼굴로 수업 속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내가 오늘 주로 관찰하려고 한 ☆이는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수업자는 ☆이 학생이 상대적으로 자기표현이 적고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인상을 받아 관찰을 요청한 학생 중 한 명이다. 내 수업 속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봐왔던 터라 관찰에 흥미가 생겼다. 나도 궁금했다. 과연 ☆이는 나의 목소리를 잘 듣고 있을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런 내가 평상시 가졌던 고민들을 마음에 품고 ☆이를 바라보았다.

 아이가 교사의 수업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유심히 살펴보았다. 생각보다 ☆이는 교사의 말을 잘 듣고 있었다. 교사의 수업 진행 흐름에 따라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 과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았다. 하지만 과제 수행 능력에는 의아한 부분이 많이 보였다. 첫 번째 과제에서 단답형의 답은 쉽게 찾아 적었으나 이유를 적는 칸을 전혀 적지 못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 책을 들여다보았지만 성과가 나지 않았다. 교사가 이제 정리를 하려고 할 때가 되어서야 옆에 짝꿍이 손으로 책을 가리키며 ‘여기를 적어야 해’라고 해서 적기 시작한다. 교사를 바라보거나 친구가 발표를 할 때 쳐다보거나 하는 일은 많지 않으나, 분명 듣고 있긴 했다. 책에 있는 내용을 다 적은 후 친구의 발표 내용까지도 나름대로 적어나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마 ☆이에게는 교과서의 글자보다는 친구의 발표가 더 이해가 되는 내용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아마 그랬을 것이다. 답으로 적은 교과서의 내용은 내가 봐도 너무 어려워 보였기 때문이다.

 두 번째 문제에서 ☆이는 전혀 엉뚱한 답을 학습지에 적는다. ‘커피 한 잔을 판매하여 발생하는 이익을 가장 많이 가져가는 사람은?’ 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생산자’를 적는다. 답은 당연히 ‘커피 기업’으로 적었어야 했다. 교과서 탐구활동과 학습지의 자료는 분명하게 커피 기업들이 막대한 이익을 챙겨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생산자’를 답으로 적는다. ☆이는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본문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생산자’를 적을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생산자’ 단어의 의미를 소비자에게 커피로 만들어지기 직전의 생산, 즉 커피기업들을 생산자로 인식했을까? 아니면 질문에서 ‘가져가는 사람은?’ 이란 질문 때문에 기업을 적지 못하진 않았을까? 등의 추측을 해볼 뿐이다.

 ☆이는 자기 나름대로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할 자신은 없어보였다. 수업 속에 존재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존재, 주어진 과정을 따라 가지만 스스로 자신의 학습에 확신할 수 없는 상황, 그렇기에 학습의 목적이 지식을 탐구하고 고민하는 지적인 호기심 충족보다는 내가 이 수업 속에서 참여했다는 안도감을 얻을 수 있는 학습지 채우기로 바뀌어 버린 것은 아닐까? 바라보면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내 수업 속에서도 이런 모습이었을 텐데…….

 함께 본 수업을 바탕으로 우리는 수업대화를 진행하였다. 크게 3단계로 구성되었다. ‘수업자에게 자신감 불어 넣기’, ‘수업자의 눈 되어주기’, ‘성찰적 질문던지기’의 세 단계를 거쳐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업대화 방법을 준비한 입장에서도 사실 자신이 없었다. 나도 이런 수업대화를 나눈 경험이 많지 않기에, 내가 만든 참관록을 나조차 제대로 작성하지 못했기에, 과연 수업대화가 뜻하는 대로 진행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도 선생님들이 모두 우리 학교 수업연수의 취지 및 방향성에 공감을 해주셔서 무사히 진행된 것 같다. ‘가르침 보다는 아이의 배움’에 그리고 ‘평가 및 판단’의 입장보다는 ‘수업자 스스로의 성찰 및 고민’으로 대화를 나누자는 큰 틀에 대한 동의가 수업연수에 힘을 실어 주었다.

 아직은 익숙지 않은 방법에 자신의 생각대로 평가하긴 하지만 수업연수의 짧은 과정 속에서도 급속도로 좋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보았다. 사실 주관적 판단이 들어간 질문을 객관적 사실을 바탕에 둔 성찰적 질문으로 바꾸어 주는 것이 쉽지 않은데 선생님들은 곧잘 바꿔내셨다.

 수업에 대해 수업자의 의견을 들어 본다는 것, 수업의 의도를 듣고 서로 공감해주는 것, 나와 다른 시각에서 수업하는 다른 선생님들을 서로 존중해주는 것, 다양한 의견 속에서 서로 배우는 것 등 다양한 장점을 만날 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