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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의 과정 PART3. 수업의 나눔

대화는 깊어져야 합니다.

일반적인 수업협의회를 떠올리시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일반적으로 동그랗게 모여 앉아 차례대로 한 마디씩 하고, 마지막에 컨설턴트나 관리자의 멘트와 수업자의 소감 및 감사인사를 끝으로 마무리 되는 형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대화는 분절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수업자에게 깊이있는 성찰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연속적인 오고감이 있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하나의 주제가 정해지면 그 내용과 관련된 각종 수업 속 증거들을 살펴보며 무엇이 진실인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 때, 다수와 함께 대화를 진행하는 것은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여러 사람이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하다 보면 대화의 흐름이 일관성을 가지며 흘러가기 어렵습니다. 자연스럽게 대화의 상대가 바뀔 때마다 대화의 소재가 변화되어, 대화의 깊이가 깊어지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수업자와 직접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한 두명만 존재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수업을 공개하고 나누는 과정에는 그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참여한 선생님에게 수업을 참관하고 나누는 방법 자체에 대해서 경험시키고, 더욱 확산되어 많은 선생님들이 수업을 통해 성장하게 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따라서 참관 선생님의 숫자가 많은 경우, 모두를 이 과정을 경험시킴과 동시에 수업자의 성찰을 도울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참관선생님을 모둠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이야기 나눌 주제를 주고, 모둠별로 이야기 하게 합니다. 이 때 진행자는 수업자와 일대일로 같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대화의 깊이를 더합니다. 그리고 모둠별로 논의된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 때, 각 의견에 대해 수업자는 반응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대신 모든 모둠의 모든 의견을 들은 후 진행자가 일대일로 이야기한 내용을 바탕으로, 수업자의 성찰을 도와줄만한 내용들만 골라 수업자와 추가적인 대화를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의견으로 인해 대화가 산만해지는 것을 막고, 선택된 의견들을 통한 추가적인 성찰로 수업자의 사고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일대일로 대화하던 중 세우게 되는 가설을 보다 확신하게 하거나 배제할 수 있게 됩니다. 진행자와 수업자가 본 수업의 상황은 일부일 수 밖에 없고, 그 안에서 학생들의 배움과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히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때, 소수의 학생들만 주의 깊게 관찰한 참관 선생님들의 자료들은 가설의 진위를 보다 명확히 밝히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런 과정에서 진행자는 수업자의 생각을 깊게 만들고 있는지, 이를 위해 사용한 수업 속 증거는 적합한지를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 살펴야 합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수업자는 스스로 샛길로 빠지곤 합니다. 이런 샛길은 분명 수업자에게는 또다른 고민이거나 목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주제를 충분히 성찰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중요한 다른 길이라고 여겨진다면 메모해 놓고 다시 원래 주제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때론 진행자의 잘못된 응답으로 방향을 틀어버리기도 합니다. 진행이 주는 압박은 침묵을 견디지 못하게 합니다. 그래서 진행자는 성급히 말을 하거나, 질문에 대한 답이 돌아오기도 전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거나, 질문에 추가적인 해석을 과하게 달면서 의도치않게 다른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기도 합니다. 이 대화의 주인공은 수업자가 되어야 함을 생각하면서, 보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여유가 참관선생님들이 공유한 내용에 대해 적절성을 판단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가장 주의해야할 것은 참관선생님의 개인적 판단이 포함되어 있는 발언인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무의식중에 판단을 포함하여 이야기 하곤 합니다. 판단과 사실을 구분하지 못한채 수업자에게 판단이 섞인 내용을 전달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판단이 포함되었다고 여겨진다면 판단을 제거하는 번역작업도 필요할 것입니다.

적다 보니 진행자에게 너무 많은걸 요구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아마 다른 사람이 하나의 생각에 머무르도록 도와주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어려움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나는 수업자의 성장을 돕기 위해 여기에 있다.’는 마음가짐입니다. 이 진심이 수업자에게 그리고 참관 선생님에게 전달된다면 다소 실수가 있거나 미흡하더라도 충분히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목표에 부합하는 장면부터 시작하세요.

수업공개를 하기로 마음 먹으면, 수업하기 몇일 전부터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괜히 한다고 한 건 아닌지 후회도 하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죠. 교사에게 수업을 공개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만큼 수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수업을 공개하여 우리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주는 수업자 선생님은 너무나 소중한 존재입니다.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수업을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수업을 나누는 협의회의 시간은 참관하는 선생님의 지식과 경험을 자랑하는 자리가 결코 아닙니다. 수업자 선생님이 스스로 수업을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기회를 갖는 자리 입니다.

우리가 수업을 준비할 때도 학생들에게 어떤 경험을 어떤 순서로 전달해야 우리의 수업 목표가 학생들에게 성취될 가능성이 높은지 고민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수업을 나누는 협의회에서 교사가 성찰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어떤 경험들을 어떤 순서로 배치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해야 합니다. 따라서 그 순서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수업자와 진행자의 관계, 협의회 참석 인원 수, 참관 선생님들의 수업 나눔의 경험, 협의회에 허용된 시간 등을 고려하여 적절하게 구성하면 됩니다. 

그럼에도 수업을 함께 나누는 일이 익숙하지 않다면 수업 속에서 교사의 목표에 부합하는 장면들을 먼저 공유해 보길 추천합니다. 교사의 의도에 비추어 수업을 바라보는 연습의 기회가 되고, 수업자에게도 부담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진행자도 선생님들의 발언을 번역하여 수업자에게 전달하는 중간역할을 수행할 일도 줄어들어, 진행을 연습하기에도 도움이 됩니다. 

참관 선생님의 숫자가 아주 적지 않다면(5명 이하) 참관선생님들을 3-4인을 한 모둠으로 편성하시면 좋습니다. 모둠으로 진행해야 참관한 선생님들의 발언기회도 많아지고, 수업자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으니 보다 편안하게 발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조금 더 수업 나눔의 경험이 있는 선생님들이 모둠안에서 나온 내용들을 공유할 때, 적절히 번역하여 전달하여 보다 협의회를 원활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교사의 의도에 부합하는 장면들은 단순히 수업자를 칭찬하는 일이 아닙니다. 수업자에게 배움이 일어날 수 있어야 합니다. 교사의 의도에 부합되어 잘 수행된 장면 속에서 교사가 알지 못한 촉진 요인들을 발견해 주어야 합니다. 또는 학생들의 경험들을 면밀히 관찰하여 수업자가 사전에 예상하지 못했지만 의미있었던 학생들의 반응을 찾아 줄 수도 있습니다. 때론, 교사의 기대보다 좋은 경험들이 학생들에게 진행되기도 합니다. 그러한 경험은 왜, 어떻게 일어났는지 확인해 주는 것도 수업자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놓치기 쉬운 부분은 학생들이 결과적으론 실패했을 때입니다. 학생들이 비록 실패하였더라도 과정에서 교사의 의도가 충분히 진행된 경우도 있습니다. 교사의 역할은 학생을 결과에 모두 도달하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학생이 결과에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입니다. 따라서 학생들이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였더라도 학생들이 경험을 진행했다면 이는 수업자의 수업 목표를 달성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는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학생들이 수업자가 의도한 경험을 수행했음에도 배움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경우 그 원인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때, 쉽게 생각하거나 쉽게 도출되는 원인은 학생의 개인적 특성인 경우가 많습니다. 기초학력이 부족하거나, 원래 잘 안하는 학생이라는 평가를 내리는 것처럼 학생의 기존 역량을 문제 삼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런 평가는 실제 교사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 원인을 명확히 찾아야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 중에 ‘지상의 별처럼’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학교에서 수업 방해, 학습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초등학교 3학년에서 낙제한 이샨은 전학을 가게 됩니다. 전학간 학교에서 새로운 선생님(아미르 칸)을 만나고, 이 선생님은 부모님을 찾아와 이샨의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묻습니다. 

선생님 : 이샨의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아버지 : 문제요? 그의 태도가 문제죠. 다른 뭐가 있겠어요? 공부, 생활 모두다요. 장난이 심하고, 반항적이죠. 한마디도 듣질 않아요. 

선생님 : 저는 아이의 문제에 대해 묻고 있는데, 아이의 증상에 대해 말씀하시네요. 당신은 지금 아이가 열이 나고 있다고  말씀하고 계신건 저도 알아요. 하지만 그 열은 반드시 원인이 있어요. 그 원인이 뭐죠?

우리도 보통 이샨의 아버지처럼 대답하곤 합니다. 왜 그러한 결과가 나타났는지가 아닌 눈으로 쉽게 확인 가능한 증상만을 말하는 경우가 많죠. 증상이 나타나게 된 진짜 원인을 찾아야 문제는 해결되는 것입니다. 단순히 증상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화를 내거나, 상벌점을 이용하거나 하는 방법은 상처를 안에서 더욱 곪게 만드는 일입니다. 이샨의 선생님은 다음과 같이 이샨의 증상에 대한 원인을 이야기 합니다.

선생님 : 이샨의 실수에서 패턴을 발견하지 못했나요?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들. (이샨의 공책을 보여주며) ‘D’대신에 ‘B’ 그리고 ‘B’대신에 ‘D’, 비슷해 보이는 철자를 혼동하고 있어요…

이샨의 선생님은 이샨을 자세히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이샨이 수업을 참여하지 못하는 원인을 발견했습니다. 우리도 최대한 학생들을 자세히 보아야 합니다. 자세히 본다는 것은 표면적 행동만을 보는 것이 아닙니다. 행동의 원인을 파악하려는 노력과 함께 보아야 합니다.

이샨은 난독증이라는 조금 개인적 특성에 기인한 것이었지만, 참관하면서 만나는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비단 한 학생에게만 나타나는 경우가 아닐 가능성이 많습니다. 비슷한 오류나 실수를 범하는 학생들이 분명 교실에는 여럿 존재합니다.

제곱근의 근사값을 계산기로 찾아보는 수업 중에 있었던 일입니다. 이를 찾기 위해서는 소수점이 포함된 수를 제곱하여 그 크기를 비교하는 경험이 필요했습니다. 학생들은 대부분 교사의 의도에 맞게 교사가 제시한 경험을 충분히 진행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유형의 오답이 여러 학생에게 발견되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중간의 모든 과정들을 충분히 수행했음에도 꼭 특정 과제에서 결론을 틀리게 내고 있었습니다. 원인이 궁금했습니다. 학생들이 어떻게 계산하고 있는지, 학습지에 끄적여 있는 계산 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학생들은 0.3을 제곱한 값을 0.09가 아니 0.9라고 적은 것이 발견되었고, 비슷하게 순환소수 0.33333…의 제곱이 0.99999… 라고 적은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수업자는 수업을 설계할 때에는 이러한 오류가 발생될 것을 미리 예측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로인해 학생들이 교사가 구성한 경험을 충분히 경험했음에도 원하는 결론을 내지 못한 것입니다. 자세히 보지 않았다면, 수업자는 그저 학생을 탓하거나, 이유를 모른채 자신을 탓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원인을 찾게 되었으니 그 해결책을 수업 준비에 포함시킬 수 있게 됩니다.

이처럼 수업을 나누는 과정에서는 수업자에게 새로운 과제를 갖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수업에 대한 평가만 있어서는 안됩니다. 수업의 과정이 교사의 성장과정이라면 수업자에게 과제를 도출하게 하는 것은 수업의 과정 중 가장 핵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수업자가 스스로에게 과제를 부여하고 이 과제를 해결하기를 원하게 된다면, 우리는 이 과제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해결책에 대해 함께 탐구해 줄 수 있습니다. 이 때에만 한해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마음껏 공유하실 수 있습니다. 이 때 전달하는 도움은 수업자의 필요에 의한 것으로 수업자가 순수한 도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순간이 도래하기까지 하고 싶은 조언이 굴뚝같더라도 잠시 기다리며 수업협의회에 참여하면 어떨까요?


세심하게 수업자를 살펴야 합니다.

수업자에게 새로운 과제를 도출하는 것이 이 수업의 과정의 핵심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야만 수업자를 지속적인 성장의 과정에 올려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과제 도출은 보통 현실과 목표의 괴리를 좁히려는 노력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참관록에 기입할 두 번째 칸인 ‘부합하지 못한 장면’은 수업자를 성장시키기에 굉장히 좋은 소재입니다.

하지만, 이를 대화의 소재로 삼는 것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참관하는 입장에서 ‘부합하지 못한 장면’을 기록하는 순간에는 참관하는 선생님이 바라보기에 뭔가 아쉽거나, 잘못되었거나, 부족하거나 등 목표에 부합하지 못한 것 처럼 보이는 장면을 발견합니다. 아무리 수업자의 의도에 비추어 장면을 바라본다고 하더라도 ‘부합하지 못한 장면’에 적히게 되는 상황은 참관 선생님이 바라보기에 잘 진행되지 않은 수업 장면인 것입니다. 이 내용을 참관선생님이 수업자에게 먼저 이야기 한다면 수업자는 자신의 잘못을 지적받는 듯한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전달하려고 해도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영상으로 해당장면에 대한 코멘트 없이 보여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장면을 선택한 것 부터 수업자에게는 잘못된 장면이라고 상대방이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수업자가 방어적 태도를 취하는 순간 더 이상의 성찰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 내용을 먼저 참관선생님이 꺼내는 것은 삼가거나 뒤로 미루어야 합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 어떤 이야기도 함께 나눌 수 있는 관계가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최대한 미뤄두었다 꼭 해야하는 중요한 요소라면 대화의 분위기를 살피며 진행해야 합니다. 관계와 분위기가 적합하지 않다면 오히려 다루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지속적으로 함께 수업을 고민하고 나누다보면 관계는 깊어지고, 신뢰가 쌓입니다. 긴 호흡으로 진정한 친구를 사귀는 마음으로 다음을 기약하면 좋겠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업자가 스스로 자신의 수업에 대해 이야기 하도록 해야 합니다. 교사는 언제나 자신의 수업에서 아쉬운 부분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수업자에게 아쉬운 부분, 자신의 목표에 부합하지 못한 장면들을 본인의 입으로 이야기 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참관 선생님이 이야기 하고 싶었던 장면이 수업자가 이야기하는 장면과 동일하더라도, 말하는 순서에 따라 수업자가 느끼는 감정은 전혀 다릅니다. 

진행자는 수업자의 발언에 대해 깊이를 더해주어야 합니다. 목표에 부합하지 못한 장면을 여러개 꼽았다면, 기록해두고 하나씩 차례대로 충분히 다뤄야 합니다. 시간 여건상 다 다루기 힘들 수도 있으니 적절히 우선순위를 배분하고, 모든 주제를 다 다룬다는 생각보다는 하나라도 제대로 깊이 있게 다룬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좋습니다.

수업자에게 목표에 부합하지 못한 장면을 물어보면, 영화 ‘지상의 별처럼’의 이샨 아버지처럼 증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학생들이 이런 모습을 보였다.’와 같은 형태죠. 이 때 진행자는 수업자가 해당 장면에서 기대하던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명확하게 밝히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업자는 ‘무엇을 기대’했기에 자신의 의도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여겼는지, 목표와 현실의 괴리를 먼저 확실히 해 두어야 합니다. 목표가 분명치 않으면 대화가 길을 잃기 쉽기 때문입니다. 대화를 깊이 있게 하려다 보면 때론 이런 저런 이야기가 섞여, 대화가 잘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이 때, 지금 나누는 대화가 교사가 기대하는 목표로 나아가는 대화인지 끊임없이 반추해보아야 합니다. 

목표가 분명해지면 그 목표를 이룬 다른 장면들을 공유하면 수업자가 보다 편안하게 해당 주제에 대해 대화나누는 데 도움이 됩니다. 교사의 목표가 실제로 어떻게 교실에서 구현되어야 하는지 확인할 수 있고, 현재 교사의 목표에 부합하지 않은 장면을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대화의 준비가 어느 정도 되었다면 이제 원인을 찾아봐야 합니다. 이 원인은 수업자 자체와 수업자가 구성하는 교실 환경, 수업자가 학생들에게 제시한 학습자료, 수업자가 사용한 언행 등 추후에 수업자가 주체가 되어 변화를 꾀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변화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처럼 원인을 수업자가 제어가능한 것으로 한정하면 원인을 드러내는 일이 수업자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받아들이기에 따라 자칫 문제의 원인이 수업자인 것처럼 여겨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원인을 찾는 일은 증상처럼 객관적으로 보이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닌 화자의 가설이 포함되게 됩니다. 이는 수업이나 수업자에 대한 평가처럼 전달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세심하게 수업자를 살피며 대화를 진행해 나가야 합니다. 그러면서 수업자가 목표에 부합되지 못한 장면들의 원인을 마주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러려면 제시된 원인이 수업자에게 납득가능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가설을 수용하고 성찰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가설에 힘을 보태기 위해 앞에서 수업을 참관하는 방법에서 참관록에 최대한 많이 적어주기를 부탁드렸습니다. 하나의 가설을 뒷받침하는 여러 사례들이 나온다면 그 가설은 수업자도 받아들이고 변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예를 들어, 수업자가 학생을 발표시키는 데, ‘선생님은 영수가 한 내용이 참 마음에 들었어. 영수가 공유해 줄 수 있겠니?’라는 발언을 보며, ‘마음에 든다.’는 표현이 ‘학생들이 정답만 발표가능 하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진 않았을까?’라는 가설을 세우고 수업자에게 이야기 합니다. 이럴 경우, 너무 확대해석 하는 느낌이 들며, 좋은 의도로 한 자신의 행동이 비판받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수업에서 칠판에 나와 발표하는 총 3번의 발표기회에서 수업자는 ‘마음에 드는’ 이라는 표현을 모두 사용하며 발표자를 선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발표자가 첫 번째 발표했던 영수가 다시 선정되자, 한 학생이 ‘영수는 아까도 발표 했었는데…’라는 불만섞인 혼잣말을 하는게 목격됩니다. 이처럼 여러 증거들은 수업자가 발표자를 선정할 때, 평가가 포함된 발언을 함으로써, 학생들에게 발표자의 선정은 교사의 인정이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어 적극적으로 발표하려 들지 않는 교실문화를 만든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속에서 원인에 대해 수업자가 동의하게 된다면, 이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들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입니다.

여러 증거들과 합리적 가설이 존재하더라도 수업자는 불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섬세하게 수업자의 감정의 선을 읽고 따라가야 합니다. 동시에 진행자도 진행하는 도중 스스로를 돌아봐야 합니다. 수업자가 마음을 닫는 이유는 절대 수업자에게 있지 않습니다. 만약 마음이 닫히는 순간이 있다면, 그 순간을 기억해야 합니다. 나의 어떤 언행이 수업자를 불편하게 만들었는지, 그 원인을 자신에게 찾아야 합니다. 이러한 태도를 가지는 것은 자신의 성장 뿐만 아니라 상대 수업자의 선생님에게도 ‘이 진행자는 정말 나를 위해 이 자리에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 다시금 대화의 문을 열고 나올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과제는 학생 경험을 선정하는 일입니다.

수업의 과정은 교사의 성장 과정입니다. 수업을 준비하고, 실행하고, 나누며 종료되는 것이 아닙니다. 나누는 과정에서 새로운 과제를 설정하여 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업을 준비하고, 실행하고, 나누어야 합니다. 즉, 이러한 과정을 반복적으로 진행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해야 합니다. 이러한 수업을 하는 교사는 현재 수업의 결과가 불만족스럽더라도 좋은 수업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좋은 수업을 하는 교사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수업을 나누며 적어도 하나의 과제는 선정하는게 좋습니다. 앞서 예를 들었던, 발표자 선정 상황에 과제를 설정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잠시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수업자에게 부여할 과제로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공유 과정에 참여시키는 방법’, ‘평가 없이 객관적으로 발표자를 선정하는 방법’과 같은 ‘방법’에 관한 이야기가 떠오르실 겁니다. 이런 방법들도 교사에게 충분한 과제를 부여하는 일이 될 수 있고, 후속 수업에서 변화를 시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방법’보다는 ‘학생의 경험’으로 과제를 설정하시길 추천드립니다.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공유 과정에 참여시키는 방법’을 떠올리게 되면 방법에 초점이 맞춰져, 학생이 중심이 아닌 방법론에 치중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쉽게 떠올리는 방법으로 상벌점을 운영하거나, 칭찬을 많이 해주기 등의 방법을 떠올리곤 합니다. 이러한 방법은 주체가 교사이거나, 혹은 학생에게 특정 행동을 요구하는 형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학생을 다소 수동적인 입장에서 고려하게 됩니다. 반면에 ‘학생의 경험’을 중심에 두면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내적 동기를 통해 진정으로 변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가능해집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학생들이 수업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려면 어떤 경험들이 누적되어야 가능한가?’를 고민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을 수업에서 교사는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지 찾을 것입니다.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비슷해 보일 수 있으나 전혀 다릅니다. 전자는 교사가 학생을 원하는 대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고, 후자는 학생이 스스로 자신을 변화시키길 기대하는 것입니다. 전자의 효과는 대게 짧고 강하며, 후자는 느립니다. 그리고 그 속도를 교사는 때론 참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변화가 시작되면 이는 오래 지속됩니다. 학생 역시 한 단계 성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수업은 사실 학생을 위한 일입니다. 하지만 기존의 수업을 잘하고자 노력했던 모습은 어찌보면 교사를 위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학생들을 잘 조정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저는 진정한 배움은 자발성에 기초한다고 믿습니다. 대부분 외적 동기밖에 존재하지 않는 이 시대의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내적 동기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더 많은 경험들이 고민되고 구성되어지기를 희망합니다.


학생 경험 구성 방안은 함께 찾아주세요.

수업자가 학생들에게 필요한 경험을 선정하는데 까지 함께 왔다면,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관계에 도달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여러 방안들을 함께 떠올려볼 시간입니다. 다양한 생각들을 펼쳐놓아도 좋습니다. 그 어떤 아이디어라도 상관 없습니다. 어차피 선택은 수업자의 몫입니다. 실제로 이후에 수업을 진행하며 자신의 과제를 점검할 수업자가 보기에 가장 적합해 보이는 한 두가지 방법만 적용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수업자가 선택하지 않더라도 서운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디어를 공유하여 채택되지 않더라도 단순히 버려지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서로의 이야기가 공유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징검다리가 되기도 하고, 다른 과제를 해결할 때 문득 재사용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아이디어가 수업자에게 채택되기를 바라시나요? 그렇다면 수업자의 목표를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수업자는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은지, 수업자가 바라는 수업의 모습은 어떠한지, 수업자는 학생들의 배움을 어떻게 여기는지 등을 생각하며 그러한 모습을 구현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들을 제안해주면 좋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수업자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수업자가 선택한 방법이 수업자가 원하는 수업의 모습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과감히 이야기 해주세요. ‘선생님의 이러이러한 목표에 선생님이 선택하신 방법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라구요. 자신의 시선이 아닌 수업자의 시선에서 적합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드리고, 수업자 스스로 다시 한 번 자신의 목표를 되돌아 보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 이런 모습은 이상하리만치 자주 발견되곤 합니다. 방법을 탐색하기 시작하면, 잠시 자신의 목표를 중심에 두고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화려하거나, 좋아 보이는 것 만으로 선택의 이유가 되어버립니다. 다른 사람이 효과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혹하거나 최신 기술을 사용하는 방법이 멋져서 선택하기도 합니다. 이럴때 목표를 상기시켜주는 친구가 있어서 다행인 겁니다. 

앞서 예로 들었던 ‘마음에 드는’ 표현이 반복된 발표자 선정과정에서 이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수업자 : 발표자 선정은 랜덤하게 진행된다는 것을 학생들이 인식하게 만드는 게 어떨까요?

진행자 : 선생님 발표를 시키는 진짜 이유는 뭘까요?

수업자 : 그 과정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근데 제 수업에서 발표는 정답을 확인하는 것 같아요. 

진행자 : 선생님께서 저랑 수업 준비하실 때, 틀렸지만 의미있는 내용들이 공유되면 좋겠다고 이야기 하셨는데, 그 때 이야기와 관련된 의미인가요?

수업자 : 네, 발표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종 발표만 시켰는데 그랬더니 학생들도 잘 듣지 않는거 같단 생각도 들고요. 오히려 과제 수행하는 중간 중간에 공유되면 좋을만한 이야기를 발표시키는게 좋을 거 같아요.


위의 예시처럼 보통 방법을 찾을 때, 지금 나타난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에 집중할 가능성이 큽니다. 수업자도 발표시킬 때 평가의 요소를 없애기 위해 랜덤의 방법을 택할까 고민합니다. 하지만 이는 진짜 해결책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진짜 해결책은 교사가 목표하는 바에 닿아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수업의 과정 속에서 만난 수업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방법 같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발표의 본질적인 의미에 대해 물어보며, 자신이 생각하는 발표의 목표, 그리고 자신의 수업 목표를 다시 떠올려 볼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수업자는 ‘친구들의 발표가 나의 배움에 도움이 되는 경험’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결과를 공유하는 발표는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학생들이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속에서 나타나는 오류를 공유하고, 오류를 바탕으로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자각합니다

이처럼 증상을 빠르게 해결하려고 하기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근본적인 해결은 교사의 목표가 실현되는 일이고, 수업에서 목표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오로지 학생의 경험에 달려 있습니다. 


선생님은 학생에게 어떤 경험이 진행되기를 바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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